Wednesday, September 13, 2006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

어제 오후에는 아내와 함께 다운타운에 있는 캐롤라이나 메디컬 센터를 방문했다. 샬롯에서 알게 된 한 자매의 남편되시는 분이 며칠 전 부터 지병으로 입원해 계셔서 문병을 하러 간 것이다. 그 분은 신장이 좋지 않아서 오래동안 치료를 받아 왔는데 최근에 갑자기 상태가 좋지 않아서 한밤중에 응급실로 실려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마침 아래 층에 몇가지 검사를 하러 가셔서 병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내와 함께 병실 옆에 있는 휴게실에 잠시 앉아 있었다. 창문으로 보이는 나무들이 오늘 따라 무겁게 느껴졌다. 얼마 있다가 병실 밖에서 자매님을 만나서 환자의 상태를 여쭤 보면서 아내와 자매님은 서로 부등켜 안고 한참 동안 눈물을 흘렸다. 나는 자매님의 손을 잡고 마음 속으로 기도했다. 자매님과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가서 그 분의 남편되시는 분을 만났다. 음식을 잘 먹지 못해서 몸에 몹시 여윈 모습을 직접 보니 마음이 몹시 안되었다. 자매님은 그 동안 여러 차례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남편되시는 분은 이 번에 병원에서 보게 된 것이 처음 만남이었다. 그 분은 크리스챤이 아니었지만 기도를 드려도 되겠는냐고 물어 본 뒤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그 분의 야윈 손을 잡은 채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기도를 드리는 동안 눈물이 흘러나와 온 빰을 적셨다. 그 분도 눈가에 눈물을 흘리고 계셨다. 먼 이국의 땅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두고 찾아 오는 이 없는 병상에 누워 있어야 하는 그 답답하고 두려운 심정을 누가 알 수 있을까? 나의 기도가 그 분의 마음에 얼마나 위로가 되었을까? 바라기는 그 분이 하나님의 능력을 의지하는 작은 믿음이라도 가질 수 있었기를 바란다. 하나님은 우리의 겨자씨만한 작은 믿음을 보시고도 큰 은총을 내려 주시는 전능의 하나님이시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차 안에서 아내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나누지 못했다. 무슨 말이라도 하면서 마음을 새롭게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 가는 데 너무 바빠서 인생의 또 다른 한 면을 잊고 산다. 그것은 우리가 애써 생각하고 싶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우리가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일을 간접으로라도 깨닫게 되면 우리는 삶의 무게를 느끼게 된다.

집으로 돌아와서 얼마 전 부터 읽고 있었던 캘빈의 Instruction of Faith를 꺼내 들었다. 지난 번에 읽었던 내용 중에 갑자기 생각나는 대목이 있었다. 오늘 처럼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 매우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여기에 그 내용을 옮겨 본다.

"곧 끝나게 될 우리의 노약한 인생은 영원을 묵상하는 시간이 되어야만 한다(This decrepit life of ours, which will soon end, must be nothing else but a meditation of immortality.)"

Monday, September 11, 2006

박교수님

오늘 박교수님 내외와 닥터 리 내외분을 모시고 집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박교수님은 올해 연세가 82세이신데도 젊은 사람 못지 않은 건강을 지니고 계시다. 언제나 웃음을 잃지 않으시며 느릿 느릿 말씀을 하시면서도 유머가 있으시 분이다. 박교수님은 사실 오래 전에 은퇴하셨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교수님이 아니시지만 교회에서는 그 분을 그렇게 부른다. 박교수님은 1944년에 미국으로 유학오셨다. 오늘 식사시간에 자신이 미국에 공부하러 오게 된 경위와 미국와서 고생하며 공부하던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국비 장학생으로 뽑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한국 사람이 왔다고 신문사에서 기자가 찾아와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하고 야단이었다고 한다. 한 미국인 아주머니는 자신에게 한국의 하늘 색깔도 미국처럼 푸르냐고 물어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학비를 보충하기 위해 옥수수 농장에서 멕시코 인부들과 함께 일을하고 있던 중 한 미국인이 달려와 자신에게 한국에서 전쟁이 난 사실을 알려 주었다고 한다. 그때 그 미국인이 "이제 우리가 도와주러 갔으니 한국은 곧 괜챦아 질 것이다"라고 말해다고 한다. (그 당시 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박교수님은 방학중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많게는 하루에 3개의 일을 가진 적도 있다고 했다. 음식점, 야간경비원, 농장일 등 안해 본 것이 없다고 했다. 야간경비원 시절에는 한 밤중에 피곤해서 잠이 들었다가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깨어 나면 직원들이 출근하면서 밤새 별일이 없었느냐고 물어 보았다고 한다. 그러면 능청스럽게 전혀 아무 일이 없었다고 말하면 그들이 등을 두드려 주면서 수고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자신은 하나님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말하시면서도 주일이면 빠지지 않고 교회에 나오신다. 나이는 드셨지만 여전히 하루에 4시간 이상씩 책을 보고, 컴퓨터를 통해 자신의 전공인 투자론을 살려 주식투자를 하고 계시다. 책상위에는 왼쪽 편에는 깨끗한 종이를 오른 편에는 이면지를 두고 메모할 일이 있으면 꼭 이면지를 활용하실 만큼 검소하시다. 받아 보고 계시는 신문이나 잡지는 1년이 지나도 버리지 아니하시고 모아두었다가 시간이 나면 못 읽은 사설을 다시 읽어실 만큼 절약이 몸에 배신 분이시다. 그러기에 80이 넘는 나이에 자식들의 도움 없이도 여유있는 노후생활을 하고 계시다.

박교수님! 남은 여생 오래 오래 늘 건강하게 사세요.

Tuesday, September 05, 2006

신학공부

신학을 공부하면서 느끼는 것은 지식의 양이 방대하다는 것이다. 구약성경은 지금 부터 거의 3천 5백년에서 2천 5백년전에 씌여진 것이고, 신약성경은 2천년 전에 씌여진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성경에 관해 쓴 책들의 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와 같이 많은 책들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한 권의 성경을 두고 그와 같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앞으로도 이루어질 것을 생각하니 성경의 권위 앞에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그러면 방대한 성경 지식의 바다 위에서 어떻게 올바른 목적지를 향해 길을 찾아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궁극적으로 성경은 성경을 통해 이해해야 할 듯하다. 우리 속에는 성령께서 계시기 때문에 그 분이 우리에게 성경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실 것이다. 지식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우리의 믿음이 자라나고, 보다 확실하고, 분명한 신앙을 가지기 위한 공부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학공부와 함께 기도와 말씀 묵상, 그리고 동시대 그리스도인이 경험하는 세계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할 듯하다.

하나님, 저에게 지혜를 주셔서 아버지의 말씀을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배운 것을 실제 생활 가운데 적용하고, 아버지에 대한 믿음이 더욱 커지도록 도와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